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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또한 필사적으로 관계를 맺으려 하면서 한편으로는 결혼과 같은 관계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한다.’ 영국의 사회학 교수인 지그문트 바우만의 ‘사랑의 유동성(Liquid Love)’에 대한 설명 중 일부이다.
서구 선진국 사람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인식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이성(혹은 동성)에 대한 사랑을 어느 때 이상으로 갈구하지만 구태의연한 결혼의 굴레로부터는 단연코 벗어나고자 한다. 결혼 혹은 동거는 하되 과도한 관계 맺기는 단연코 지양한다. 결혼의 순기능은 취하되 역기능은 사양한다. 구속이나 억압과 같은 굴레보다는 차라리 독신의 자유를 택한다. 부부 혹은 동거인 사이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상황을 결단코 배격한다. 대신 느슨한 네트워크를 통해 최소한의 연결 고리만으로 공유되기를 원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필요하면 결합하고, 그 생명이 다하면 간단하게 해체할 수 있어야 한다. 부부, 커플은 액체와 같이 유동성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주의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성장한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써오던 ‘백년해로’나 ‘백년가약’,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과 같은 표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할 필요도 없고, 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신고할 필요도 없다. 또 결혼의 인연을 맺는다고 하여 평생 같이 살 것을 전제로 하지도 않는다.
이런 서구 선진국 국민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혼외자(법률상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비율이다. 유럽 국가의 평균 혼외자 출생률은 2014년 현재 기준으로 39.6%이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7개 회원국의 평균도 40.5%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56.7%로 가장 높고, 스웨덴은 54.6%, 네덜란드 48.7% 등의 순이다. 신생아 10명 중 네 명은 법률혼이 아닌 혼외 커플에서 태어난다. 자녀가 태어난 후 법률혼 부부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혼외자 출생률은 1.9%로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고, 일본이 2.3％로 뒤를 잇는다.
'한 듯 안한 듯'한 결혼, '인듯 아닌 듯'한 부부, 이게 미래의 비람직한 결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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